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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서평] 매실의 초례청 류창희

문학나눔에 실린 글


 2008년 2분기  

 

 [수필]  

 

 매실의 초례청 (첫작품집) 

 

 류창희 지음  http://rchessay.com


 

 에세이문학 | 2008년 1월 10일 출간  

 

 

류창희 수필가는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유학대학원도 나왔다. 지금은 부산시립도서관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논어》강독을 하고 있으며, 퇴계학부산연구원 편집위원도 겸하고 있다. 이런 그의 이력을 보면 그의 작품에서 한학에 대한 깊은 지식과 동양적 사유에 대한 편린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류창희 작가가 고리타분한 구시대 논리에 얽매인 작가가 아닐까 하는 선입관은 그의 책을 펼쳐보면 대번에 깨어지고 만다. 그만큼 뛰어난 현실 인식과 유머 감각은 독자에게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저자는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그의 무의식 속에는 깊게 가라앉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는 그리움을 만나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했다. 그리움은 그에게 어떤 한(恨)과 같은 정서를 남겨주었다. 그녀는 마음의 곳간에 차곡차곡 넣어 두었던 정(情)과 한(恨)을 울컥울컥 글 속에서 토해내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신산한 삶에서 풍겨 나오는 한의 정서가 읽는 내내 가슴시리도록 만들지만 이런 기억들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지나간 것에 감사하며 모든 기억들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류창희 작가의 글은 문세(文勢)가 힘차다. 만장비폭(萬丈飛瀑)이 쏟아지는가 하면, 양양(羊羊)히 굽이치는 물줄기가 작가의 가슴속에서 솟아올라 넘쳐흘러 나오듯 줄거리를 이어가는 기세가 어디로 갈지 모르도록 줄기차게 쏟아낸다. 하지만 리듬 속에서 속도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고 한학에 조예가 깊어서인지 문장이 품격이 있으며, 감각이 신선하다. 

 

  그의 첫 수필집인《매실의 초례청》에 대해서 박양근 문학평론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매실의 초례청>은 낯설게 하기를 실험한 점에서 관심을 끈다. 매실즙의 제조 과정에 초례라는 토속적 에로티시즘을 도입한 서두가 인식의 새 지평을 연 것이다. 수필에서 성은 다루기 힘은 소재에 속한다. 그 현실에서 <매실의 초례청>은 성의 기법을 과감하게 구사했다. 그럼에도 매화라는 기품 있는 이미지 덕분에 작품은 문학성을 확보하였다. 사물을 새롭게 상상하면 어떤 수필이 되는가를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하겠다.” 

 

그의 문학적 면모의 일단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평이다. 그의 작품은 한 마디로 재미없는 글이 하나도 없다. 고고한가 하면 쾌활하고, 엄숙한가 하면 재기가 넘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이 독자를 붙든다. 절제된 시어와 같은 아름다운 문장들을 곳곳에서 찾아내어 읽는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미덕이다. 

 

  류창희 수필가의《매실의 초례청》은 문학성이 뛰어나고,  재미가 있을 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는 훌륭한 수필집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널리 읽힐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