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년 썸네일형 리스트형 해질녘 해 질 녘 노을빛마저 산 뒤편으로 넘어간다. 게으른 자 석양에 바쁘다더니, 꼭 이 시간에 봐야 하는 숙제도 내일 당장 돌려주어야 할 책도 아니면서, 어둠 속에서 빛을 모으고 있다. 어쩜 빛 속에서 어둠을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일 수 있다. 식구들은 현관에 들어서다 말고 “컴컴한 데서 뭐 하냐?” 매번 타박한다. 혹 ‘언짢은 일이 있었나?’ 염려하는 마음에서다. 선선한 계절에는 밥솥에 저녁쌀을 안쳐놓고 야산에 오르곤 한다. 기껏 해봐야 중턱을 거닐다 새 소리나 풀벌레 소리를 듣는 가벼운 산책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제비꽃이나 양지꽃 몇 송이를 보며 기다리는 소리는 따로 있다. 건너편 암자에서 들리는 저녁예불 소리다. 마을 창가에 한 집 두 집 불이 켜진다. 불빛에서 저녁밥 냄새가 난다. 내가 살던 고향은 초가..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