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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창희 수필

갑순이 갑순이 갑순이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언제나 똑같은 자세로 뒤뜰 수돗가에서 빨래하는 나를 바라본다. “왜? 어서, 들어가. 몸에 바람 든다.” 솔바람이 부는 날도, 벚꽃 잎 휘날리는 날도, 백일홍이 핀 날도, 고추잠자리가 바지랑대에 앉은 날도, 한결같이 턱을 괴고 바라본다. 갑순이에게는 내가 롤모델이다. 그렇게 빤히 쳐다본다고 "네가 내가 되겠니, 내가 네가 되겠니." 둘 다 산후풍으로 얼굴이 푸석하다. 너는 목줄에 묶여 있고, 나는 유가적인 인습에 매여 있다. 물설고 낯선 곳, 한데 나와 있기는 너나, 나나 매한가지. “어여, 들어가 쉬어라.” 한참 후, 빨래를 삶아 들통째 들고나오니, 갑순이가 소나무 밑의 흙을 앞발로 뒷발로 손발이 다 닳도록 파내고 있다. “애쓰지 마라, 기운 없다.” 뒷마당에 빨래.. 더보기
나는 럭셔리하다 나는 럭셔리하다 나는 럭셔리한 것을 사랑한다. 럭셔리한 것은 부유함이나 화려한 꾸밈에 있지 않다. 그것은 비속卑俗한 것이 없을 때 비로소 생겨난다. 비속함은 인간의 언어 중에서 가장 흉한 말이다. 나는 그것과 늘 싸우고 있다. 진정으로 럭셔리한 스타일이라면 편해야 한다. 편하지 않다면 럭셔리한 것이 아니다. 20세기 패션계에 혁명을 일으키며 프랑스 패션을 세계에 알린 ‘코코 사넬’ 의 스타일이다. 삶의 스타일도 다르지 않다. 럭셔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비속하면 안 된다. 더보기
<구름카페 문학상> 현장소감 페르소나 현장 수상소감 일시 : 2020년 10월 14일 장소 : 강남 논현 '모스가든' 갤러리카페 안녕하세요? 류창희라고 합니다 오늘 새벽 6시에 부산에서 출발했습니다. 온 세상이 코로나로 힘든 시간, ‘구름카페문학상’의 부름을 받고, 기쁨도 기침도 문도 소리내 여닫지 못했습니다. 그중 전화벨소리가 가장 겁이났습니다. 혹시 “수상이 취소되었다고 할까 봐요”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가 다큐에서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구름이 잡아당기는 듯 걸으면, 가장 섹시한 매력이 있다”고, 스스로를 브랜드(페르소나)한 먼로가 말했습니다. 혼자, 몰래 백화점으로 가서 7센티 구두부터 샀습니다. ‘의전용’이죠. 평생 3센티 이상 신어본 적이 없습니다. 하루빨리 가 풀리기를 바라면서, 레드카펫 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