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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신선한 발상, 미투

이달의 수필읽기

현대수필 2019 봄호

신선한 발상 

김낙효 knhyo3@naver.com

 

류창희의 <미투>가 실린 파트는 '아포리즘 수필'코너이다.

짧은 작품이지만 반전으로 '사랑은 어떻게 할까'를 깨닫게 해주는 수필이다.

그녀는 대학시절 배포가 컸다.

가난도 선망이라 궁핍한 남학생과 결혼을 하여

바람 잘 날 없이 가부장적인 남편과 살고 있던 중,

남편이 의식을 잃어 매일 점심시간에 중환자실로 달려간다.

사람의 신체 중에 가장 늦게까지 제 기능을 하는게 청력이라 한다.

중환자실 옆 침대에 지극정성인 어느 아내도 날마다 온다.

 

그녀는 "나비를 꿈꾸는 번데기 모양인 남편의 심벌을 정성껏 닦아드리고는

"여보, 사 랑 해~ 여보, 사 랑 해~' 사랑타령을 한다.

별꼴이다. '저 사람들은 정말 사랑했을까'"

그 순간, 자기 남편도 듣고 있는 것이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

70평생 전투적으로 치열했던 자신의 부부생활에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 "옆에서 '여보, 사 랑 해' 선창할 때마다

장난삼아 남편의 귀 가까이 다가가 '미 투~, 미 투~'장단을 맞추는데

이게 뭔가, 목울대가 울컥하다.

 

낯선 감정을 추스르며 되돌아섰다."

어느 새 거기에 두 딸이 와서 눈물을 흘리며 "엄마, 엄마가 아빠를 그렇게 사랑하는 줄 몰랐어요."

그날부터 "엄마, 사랑해"가 온 산과 들, 골짜기마다 사랑의 에코를 넣더라는 이야기다.

단지 미투만 했을 뿐인데....

 

 

한국산문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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