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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아씨의 프로방스

내비 아씨의 프로방스 내비아씨의 프로방스 목적지만 있다. 낮에는 자동차가 다니던 도로를 토막토막 막아놓고 축제를 연다. 내비게이션Navigation은 제 본분을 다하느라 퍼포먼스하고 있는 행사장을 뚫고 지나가라 하고, 우리는 때 이른 고추잠자리가 되어 맴맴 돌고 있다. 내가 운전했느냐고? 남편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조수 노릇한다는 것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좌회전 우회전 벗어날까 봐 신경 쓰고, 졸음을 쫓아주며 운전자 비위를 맞춘다는 것. 차라리 내가 운전하는 것이 낫겠다. 운전자는 속도감의 재미와 도착하는 성취감이라도 있지. 이게 무슨 짓인고? 나같이 고품격 에세이스트가 할 짓은 아니다. 내 앞에는 내비 화면과 차간거리, 주행선, 추월선, 앞차 뒤차만 있다. 나는 무제한 배터리가 되어야 한다. 숙소에 도착하면 큰소.. 더보기
불꽃, 지르다 불꽃, 지르다 ‘사랑의 시작은 고백입니다.’ 불꽃축제의 로고다. 2005년 부산 해운대 누리마루 APEC 정상회담 경축행사로 시작한 광안리 바다 는 매년 10월에 열린다. 불꽃뿐만 아니라 불꽃토크, 불꽃아카데미, ‘멀티미디어 해상 쇼’ 레이저 쇼 등 테마에 맞춰 음악과 함께 스토리가 있다.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곳곳에서 온다. 지난해에는 ‘ㅡ’자형에서 ‘U'자형으로 확대하여 이기대, 해운대, 동백섬일대에서 동시다발로 불꽃을 쏴 올렸다. 그래서 중요한 건, 나는 누구에게 사랑을 고백했을까?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 길래♬”를 그리워하던 소녀는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더 넓은 은하수銀河水를 꿈꿨다. 그런데 남쪽에서 유학 온 남학생이 축구공을 발로 차면 바다로 떨어진다며 바다를 보여주겠다고.. 더보기
수수깜부기 수수깜부기 그날, 잔뜩 흐렸어요. 세 동서가 시어머님을 모시고 재래시장에 갔었지요. 손과 발이 시려 종종걸음 치다 가마솥 뚜껑 위에서 지글지글 기름 둘러 지져지는 수수부꾸미가 먹음직스럽게 보이더라고요. 둥그런 부꾸미를 반달 모양으로 척 접어주는데, 뜨거운 맛을 빼고는 구수한 수수 맛이 없었어요. 사실 말인데, 수수는 감칠맛은 없어요. 전 어렸을 때 생일이면 수수팥떡을 먹었는데, 엄마가 26년간이나 해 주셨죠. 결혼하고는 한 번도 못 얻어먹었고요. 내 혀가 기억하는 맛과는 전혀 달라 서열도 잊은 채 한마디 했습니다. “수수는 ‘깜부기’가 가장 맛있어요.” “…” “…” 그게 무어냐고 물으시기에 그 맛을 그윽하게 그리워하며, 아 ~ 수숫대와 수수 잎 사이에 옥수수처럼 붙어 있는 깜부기인데 수수와 함께 커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