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아씨의 프로방스 썸네일형 리스트형 잉여 잉여 그의 샤워하는 소리에 나는 설렌다. 그러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 평상심을 찾고 티브이 앞에 앉는다. 샤워 물소리보다 더 크게 티브이 볼륨을 높인다. 화장실에서 나오던 그가 힐끗 나를 쳐다보다 문간방으로 들어간다. 개념 없는 아내 행동에 비난의 눈길로 기선제압을 하는 중이다. 이 방송 저 방송 종편방송까지 몇 바퀴를 다 돌려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 오늘도 허탕’이다. 밤에 여자가 샤워하면 남자는 무섭다는데, 나는 남편이 낮에 샤워하면 만리장성을 쌓는다. 그가 외출하면 책도 읽고, 써놓은 글도 퇴고하고, 인터넷 내 사이트에 새 그림도 걸고 싶다. 그러나 소소한 몇 개의 그림마저도 여지없이 뭉개진다. 봄부터 그랬다. 여름 가고, 가을 가고 김장배추를 절여놓았다. 그가 또 샤워한다. 방에서 .. 더보기 원 원願 내 친구, 영희. 같이 중국어공부도 하고, 쇼핑도 하고,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일 년에 대여섯 번 만나서 밥을 먹는다. 미리 정해놓은 약속 날짜는 없다. 문뜩, 보고 싶으면 아침에 연락하고 오전 수업이 끝나자마자 그녀가 근무하는 동네로 운전하여 달려간다. 언제나 두 팔 벌려 환영해준다. 그녀는 D 대학 병원의 의사다. 그녀의 남편도 두 자녀도 다 의사다. 온전한 의사가족이다. 나는 그녀가 내 친구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그녀는 완성된 퍼즐처럼 어느 한 모퉁이 한 자락 한조각도 부족함이 없다. 나는 그녀의 *‘완完’을 늘 부럽게 여긴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늘 자신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나처럼 겸손한 척, 일부러 감정을 조절하며 말하지 않는다. 언제나 자신을 가장 낮은 자리에 놓.. 더보기 어에 머물다 어에 머물다 올 한해,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어수선했다. 나는 나대로 새로운 주거지에서 어영부영하였는데 그래도 날마다 잠을 자니, 어느덧 해가 바뀌었다. 한 스무날, 네팔에 다녀왔다. 지난해, 지진으로 어마어마 어마무시 엄청나게 부서진 카트만두에서 코와 입을 가리고 발이 아프도록 걸었다. 온 도시가 쓰레기더미 같았다. 그곳 거리에 사람들이 깨진 벽돌처럼 많았다. 도시 전체가 암울하여, 그 누추함과 측은한 눈망울을 오래 쳐다보기도 민망했다. 그런데 그들은 눈이 마주치면 어이없게도 바보처럼 웃는다. 뚝딱대는 망치 소리, 짐을 져 나르는 아낙들 곁에 아이들이 노동놀이를 하면서도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어쩌다 저 꼴이 되었나?’ 어처구니없는 가운데에서 어색한 몸짓으로 어정쩡 어질게 웃는 사람들, 흙먼지 풀풀.. 더보기 이전 1 2 3 4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