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여북신 (譬如北辰)
작은 녀석이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엄마, 오늘 반장선거 했어요.”
얼마나 달음박질쳐왔던지 머리카락이 흠뻑 젖었다. 아이가 숨이 넘어갈 듯이 신바람이 나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드디어, 작은 녀석이 해냈구나. 사실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한 번도 반장을 못해 봤다. 예쁜 것을 보면 꾸미기를 좋아하여 미화부장은 몇 번 해본 적이 있다.
“엄마, 내가 이름 적은 아이가 부반장이 되었어요” “정말, 좋겠다.”라고 말하는데 김이 ‘픽’샜다. 그럼 그렇지, 반장을 아무나 하나. 그 이후에도 두 녀석을 키우며 제도권교육에서 담임선생님 도시락을 한 번도 싸보지 못했다. 나는 정말 잘할 수 있었다. 색깔 맞춰 모양내어 미화부장 출신의 솜씨로 맛깔스런 도시락을 싸줄 수 있었다.
며칠 전, 6.2 동시지방선거가 있었다. 전국지도를 당(黨)의 빛깔로 나타냈다. 마치 바둑알을 손가락으로 튕겨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어느 지역의 후보는 두 사람 다 내 마음에 꼭 든다.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두 사람 앞에서 ‘눈을 보고 이야기해봐.’라고 하는 물음 같이 가혹하다. 한 사람은 대범한 군자다운 여자라서 마음에 들고, 또 한 사람은 온화하고 겸손하게 보이는 남자라서 마음에 든다. 아마 내가 그 지역에 살았다면 초박빙의 순간에 무효표를 냈을 것이다.
작은 아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만 적극성을 보인다. 내가 김치를 버무려도 세제 묻은 손으로 아무리 바빠도 집에 오는 전화 한 통을 받지 않는다. 그 녀석이 선거날 슬그머니 나갔다.
다음 날, 나는 물었다. 아이폰에서 문자로 나오라고 하더냐고. 아무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그럼, 너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어떤 네트워크가 없이도 투표를 하러 가다니…”
지역경제는 돌보지 않고, 사람 만나면 악수나 하고, 만세나 부르고, 티브이에 나와 손이나 흔드는 얼굴마담용 지도자를 막으러 갔었다고 당차게 말을 한다. 역시, 세금 내는 놈은 다르다. 자신이 벌어서 내는 혈세의 소중함을 당당하게 행사한다.
공자, 가라사대. 정치하기를 德으로써 하는 것을 비유하면, 북극성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뭇 별들이 그에게 향하는 것과 같다.
(子曰 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 而衆星共之. - 爲政篇)
유권자들의 눈은 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잘하면 밤하늘의 은하수 되어 금수강산 방방곡곡을 아름답게 수놓을 것이요. 민심을 읽지 못하면 북극성은 별똥별이 될 것이다.
《논어에세이 빈빈》 2014
<<에세이부산>>2010
류창희
http://rchess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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