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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논어> 타타타, 메타

그놈이 그놈

그놈이 그놈

- 유오대부최자야猶吾大夫崔子也

 

 

 

어딜 가나, 그놈이 그놈. 똑 같은 놈은 꼭 있다.

 

자장이 물었다. “영윤令尹자문은 세 차례나 출사하여 영윤이 되었어도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으며, 세 차례나 파면을 당했어도 노여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더구나 자리를 떠날 때도 전임인 영윤의 업무를 반드시 신임 영윤에게 일러 주었으니, 그는 어떤 사람입니까?” 이에 공자 가라사대 “충성스럽다.” “인仁하다고 하겠습니까?” “아직 지혜롭지 못하니, 어찌 인을 얻었다 하겠는가?”

자장이 또 물었다. “최자가 제나라 임금 장공을 시해하자, 진문자는 10승의 말을 버리고 제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갔으며, 거기서도 역시 ‘우리나라의 대부 최자와 같다’ 말하고 떠났으며, 다시 다른 나라에 가서도 역시 ‘우리나라의 대부 최자와 같다’ 말하고 떠났으니, 그는 어떻습니까?” ~중략~

子張이 問曰 令尹子文이 三仕爲令尹ᄒᆞ되 無喜色ᄒᆞ며 三已之ᄒᆞ되 無慍色ᄒᆞ야 舊令尹之政ᄋᆞᆯ 必以告新令尹ᄒᆞ니 何如ᄒᆞ닝잇고 子曰 忠矣니라 曰 仁矣乎잇가 曰 未知케라 焉得仁이리오 崔子 弑齊君이어ᄂᆞᆯ 陳文子有馬十乘이러니 棄而違之ᄒᆞ고 至於他邦ᄒᆞ야 則曰 猶吾大夫崔子也라ᄒᆞ고 違之ᄒᆞ며 之一邦ᄒᆞ야 則又曰 猶吾大夫崔子也라ᄒᆞ고 違之ᄒᆞ니 何如ᄒᆞ닝잇고? - 公冶長

 

우선 문장이 길다.

길면 요점이 헷갈린다. 그런데 이 문장은 소리 내어 몇 번 읽다보면 음률이 딱딱 맞아 내용이 짐작된다. 어딜 가나 그놈이, 그놈똑 같은 놈은 꼭 있다는 말이다. 불의 앞에 한 사람은 무조건 참고, 한 사람은 무조건 떠난다. 극과 극이다.

 

여기서 자장은 어떤 사람인가.

허우대가 번듯하고 그럴싸하게 폼 잡는 것을 좋아한다. 어서 빨리 출세하고 싶어 하는 제자다. 공자께서 무엇을 차근차근 설명할라치면 중간에 말허리를 뚝 자르고, “선생님, 기출문제집 없어요?” 성급하게 묻는다. 공자께서는 자장의 그런 성격에 맞춰 대답해 준다.

 

영윤이라는 사람은 어려서 호랑이 젖을 먹고 자랄 정도로 가난하고 볼품이 없었다.

세 번씩이나 등용이 되고 세 번씩이나 해직을 당해도 기쁨이나 성냄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국가가 있음만 알고 자신이 있음을 알지 못했다. 자신이 억울하게 파면되더라도, 서류를 마늘 밭에 파묻거나, 캐비닛에 감추지 않고 후임자에게 있는 그대로 다 내 줬다. 하루 먹을 양식이 없으면서도 자신을 위해 비축하지 않았으니, 주변머리라고는 없는 인물이다.

 

그럼, 진문자는 어떤 사람인가.

더러운 꼴은 절대 못 본다. 세상이 마음에 들 리 없다. 자기 자신을 깨끗이 하려고 어지러운 나라를 떠났으니 청백하다. 그러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 곁이 얼마나 고단한가. 저 혼자만 깨끗하다. 그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살다보면 별별 사람이 다 있다. 내 나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이민 갈까. 내 부모 형제가 못 마땅하다고 의절할까. 결혼한 배우자가 마음에 안 든다고 두 번 세 번 결혼할 것인가. 내 자식이 시원치 않다고 남의 자식을 입양해서 키울까. 임금을 시해하는 최자 같은 사람은 시대마다 나라마다 다 있다. 만약에 정부부처가 최자같은 사람을 바로 잡지 못하면, 민중이 바로 광장으로 나선다.

 

그렇다면 힘없는 무지렁이 같은 나도 나서야 할까?

어디든 잘 돌아가려면 최종 책임을 질 수 있는 완장은 필요하다. 군대에서는 계급이 깡패라는 우수개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군대 상사를 졸병들이 투표하여 뽑지는 않는다. 전시상황처럼 적에 대응하기 위한 군대가 아니라면, 그런 깡패 같은 지도자는 뽑지 말아야 한다. 오롯이 내생각 내 판단이 소중하다. 주권행위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킨다.

 

예전에 사람을 평가하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기준이 있었다.

신체와 말과 글은 남에게 보여 지는 객관적인 모습이다. 프로필에 미혹되어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우쭐대고 나서기 좋아하는 제자에게 스승은 가장 중요한 판단력判斷力을 요구한다.

 

소신이다. 가치관 세계관 역사관이 바로서야 참다운 군자다.

살신성인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의롭게 현실에 참여하여 더불어 상생하자는 말이다. 만약 최자와 같은 사람이 지금 내 앞에 있다면 나는 어찌할까.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갖은 핑계를 대며 안보면 그뿐, 나도 당연히 피했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음식이 싫으면 개에게 주지만, 사람이 싫으면 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사람의 좋고 싫음을 전기 스위치처럼 ON, OFF로 차단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그 사람을 미워하지도 말고, 그 사람을 거부하지도 말고. 차라리 네가 바뀌어라!” 말이 쉽지, 적보다 아집我執 꺾기가 더 어렵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그러나 환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의사가 병원 문을 닫아야 할까. 의사의 본분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 나의 본분은 무엇일까.

 

공자께서 일찍이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은 덕은 풀과 같다고 했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풀은 바람이 거세게 불면 반드시 눕게 되어 있다草之風必偃. 그만큼 군자의 소임이 크다. 태풍의 위용은 삼엄하지만, 풀은 뿌리를 잘 지켜 비옥한 땅으로 가꿔야한다. 후세들에게 물려줄 땅이다. ‘리셋, 코리아!’ 나부터 바뀌자. 이것이 나의 본분이다. 어미 아비는 생업으로 바빠 못하는 일을 할머니 할아버지가 지켜줘야 한다. 조부모는 토착민의 지혜로 다진 사직社稷이다.

 

바람이시여!

그대가 진정, 군자君子시라면 풀씨가 날아가 발아할 만큼, 여야가 서로 융합하여 무궁, 무궁 꽃피울 만큼, 최자와 같은 사람을 탄핵할 만큼, 아니, 아니 바람이시여! 청문회 같은 것을 열지 않아도, 지금, 누가 지도자인지 이름을 모르더라도, 아침이면 일어나 텃밭 가꾸고, 내 울안의 샘물을 마시며 호호皥皥할 수 있는 환경을 주소서. 발길과 수레바퀴에 밟히는 질경이 같은 소시민에게 저녁이 있는 소소한 일상을 누리게 하소서.

 

오늘도 날이 밝았습니다. “Ob la di, ob la da ~ 인생은 흘러갑니다.

 

 

 

*류창희 : 메타논어, 타타타 메타.  내비아씨의 프로방스.  논어에세이 빈빈.  매실의 초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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