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대로
- 우로벽언愚魯辟喭
‘매주 금요일이면 논어 수업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논어 공부를 시작한지 이제 4년째입니다. 딱딱하지 않게 수업해주셔서 매주 즐겁게 공부중입니다. 그중 에피소드 하나 올립니다. 오늘 수업 중에 공자님 제자 중, 자고 증자 자장 자로를 평하는 문구였습니다.’ - 사하도서관 추미라님의 논어 노트
자고는 어리석고, 증자는 노둔하고, 자장은 치우치고, 자로는 거칠었다.
柴也ᄂᆞᆫ 愚ᄒᆞ고 參也ᄂᆞᆫ 魯ᄒᆞ고 師也ᄂᆞᆫ 辟ᄒᆞ고 由也ᄂᆞᆫ 喭이니라 - 先進
시柴의 성은 고 이름은 시, 자는 자고다.
자고는 어리석었다〔愚〕. 바보같이 좀 부족하다는 뜻이다. 달 밝은 밤에 나다니지 못한다. 혹시 골목에서 헛기침 없이 나오는 사람의 그림자라도 밟을까 겁이 나기 때문이다. 봄에 삘기나 찔레 순 두릅나물을 마다함은 초목의 첫 잎이 상처 날까 싶어서다. 부모님초상에 이를 드러내어 먹거나 웃지 않았고, 난리가 나도 구멍이나 지름길로 다니지 않았다.
삼參의 성은 증 이름은 삼, 자는 자여다.
가마솥 같은 노둔함을〔魯〕 지녔다. 효경을 짓고 부자가 대를 이어 효를 실천했다. 증자라고 큰 스승 ‘子’자 붙은 아성亞聖이다. 제자들을 불러 놓고 “내 손을 열어보아라, 내 발을 열어보아라. 부모님께서 낳아주신 신체발부를 지키느라 살얼음을 밟은 듯, 깊은 연못에 다다른 듯, 전전긍긍 했다.” 군자의 죽음을 임종臨終으로 마무리했다.
사師의 성은 전손 이름은 사, 자는 자장이다.
성실함이 부족하고 남 앞에 어서 유명해지고 싶은 자이다. 대범하게 튀기 좋아하여 말과 행동이 외형에 치우쳤다〔辟〕. 무엇이든 거침없이 잘 묻는다. 사려 깊지 못하다. 선생님께서 차근차근 설명할라치면 “됐고요” 말머리를 자른다. 남의 비위를 잘 맞춰 번듯하게 폼 잡고 싶은 편벽便辟된 사람이다.
유由의 성은 중이고 이름은 유, 자는 자로다.
단순하고 의리 있는 행동파다. 거의 모든 캐릭터가 야단맞는 역할이다. 공자님 곁에 그림자처럼 따른다. 문제는 늘 역광이다. 성질이 급하여 공자님이 “도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뗏목을 타고 떠날까보다”고 탄식을 하면 새겨듣지 않고 바로 “제가, 모시겠습니다.” 나선다. 무모하게 포호빙하暴虎馮河하는 자로는 언행이 거칠어〔喭〕 제명에 죽지 못한다.
위의 네 사람은 총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실하게 제자로 남았다.
‘제자들의 행동 중에 여러 가지 예를 들다가, 문득 생각난 듯 에피소드를 얘기 하셨죠.
현재 류창희 선생님 나이는 올해 60입니다. 40대 초반부터 논어 강의를 시작했답니다. 가녀리고 젊은 여선생이 논어를 가르치니 짓궂은 남자 분들이 많으셨다는데요. 그중 어떤 노신사가 수업시간에 꼭 모자를 쓰고 있더래요. 그런데 그렇게 질문이 많으셨답니다.
선생님 앞으로 와서는 “제가 모자를 못 벗는 이유가 이렇습니다.” 하면서 모자를 휙~ 벗으면, 대머리가 번쩍 코앞에 보인대요. 그렇게 놀라게 하더니, 매주 노트를 가지고 나와서 질문을 하는데, 문장이나 글자의 뜻이 아니라 “이 글자, 획수가 몇이냐?”고 물으셨대요.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하나 둘…”, 같이 세면서 답을 해드렸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매번 묻는 한자가 모두 18획으로 끝나더랍니다. 오로지 “18” 그 한마디를 들으려고 일부러 질문한 것을 안 순간, 너무 속상하더래요. 그렇다고 ‘십장생’ ‘개나리’ 새와 꽃 타령으로 화답하기도 민망하고요. 그냥 참자니 약이 올라 남편에게 고자질을 했다는데요. 남편 왈, “선생출신 아니면 절대 질문하지 않는다.”며 혹시 수학 선생출신인가 물어 보라고 하더래요. 늘 숫자를 가지고 장난을 치니까요. 그 다음 수업에서 “선생님, 혹시 수학선생님 아니셨어요?” 물으니, 심하게 손사래까지 치면서 “사업을 했다”고 하시더라네요. 출석을 부르면서 그 분 이름을 보니 한ㅇ수, ‘수’자가 있기는 하더랍니다.
남편에게 이름을 알려주니, “엇! ㅇㅇㅇ, 우리 고3때 담임이셨다.”며 수학과목이고 교장선생님으로 퇴직하셨다며 자신의 선생님께 잘해드리라고 하셨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고등학교 ‘홈커밍데이’가 있어 부부동반으로 남편의 모교에 갔대요. 3학년 담임이셨으니 당연히 오셨겠죠. 남편이 아내하고 함께 앞으로 나가 인사를 드리니. 순간, 움찔! 뻔히 알아보는 눈치면서도 “선생님,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 물으니 단호하게 “모른다.” 하시더랍니다. 몇 년을 같이 공부했는데 모르실리가 전혀 없죠?
이글을 쓴 이유는 사람의 인연이란 것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스스로에게 주고 싶어서입니다. 어떤 자리에서 누구를 어떤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니, 만사 신중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습니다.’ - 추미라님의 논어 노트 중에서 -
위의 글은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내 이야기가 있어 옮겨왔다.
그런데 그 수학선생님은 장난기만 있는 건 아니다.
제자 사랑이 얼마나 지극하셨던지. 남편 친구들은 만나고 헤어질 때, 늘 산이 무너져라 땅이 꺼져라 큰소리로 외치는 구호가 있다. “18, 18, 만만세!” 부산 ㅇ고등학교, ‘18기’ 동기들이다.
“사람의 허물을 살펴보면 그의 인덕을 알 수가 있다.
”〔觀過 其知仁〕 날마다 마음 밭을 가꾸지 않으면 잡초가 제 성질대로 비집고 나온다. 사람은 성품性稟으로 태어나지만, 일상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성품性品 성격性格 성미性味 성질性質 성깔〔性色〕의 성정性情으로 자질이 나타난다. 어찌 ‘우로벽언愚魯辟喭’의 허물뿐이겠는가. 공자께서 제자들의 성질과 심성을 단속하신 것이다.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볼 때, “아~, 그 사람?”
‘본성이 성인군자이시다. 성품이 비단결처럼 곱다. 성격이 좋다. 성미가 고약하다. 성질머리가 더럽다. 성깔이 GR(?)맞다.’고 한다. 나의 품성은 어디쯤일까. 그저 그런대로 ‘괜찮은’ 성정이고 싶다.
* 류창희 : 메타논어, 타타타 메타. 내비아씨의 프로방스. 논어에세이 빈빈. 매실의 초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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