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섹스다>
《글 쓰며 사는 삶》은 제목 때문에 읽었다. 또박또박 친절하게 창작의 길로 이끌어주는 글쓰기 레슨책이다. 인제 와서 레슨책을 왜 읽느냐고? 초심을 잃고 싶지 않음이다. 늘 처음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원고지를 만나고 싶다. 오히려 초보 때 읽던 나탈리의 또 다른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의 열정은 어디로 가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동가식 서가숙 하는 꼴이다.
글을 쓰며 산다는 것은 분명히 내 삶의 탁월한 선택이다. 남들보다 인생을 두 배로 산다. 돈을 버는 일보다 글 쓰는 바보가 되어 찬비를 맞는다. 비록 헐렁한 옷을 입고 밋밋한 표정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이 남의 눈에 한심해 보일지라도 글을 쓰는 순간, 비로소 자유롭다. 글쓰기는 자유의 길로 떠나는 여정이다. 인생의 길은 그다지 질서 정연하지 않다.
글을 쓰는 처음의 설렘은 단맛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씹어보니 땡감처럼 떫다. 그렇다고 열매를 다 따 버릴 것인가. 글쓰기는 상하 계급이 없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도 그 다음 날 일어나서 다음 작품을 쓴다고 한다. 비가와도 쓰고 눈이 와도 쓰고 바람불어도 쓴다. 그냥 무조건 쓰는 것이다. 글 쓰는 사람은 글쓰기 자체가 미덕이다.
‘글쓰기는 섹스와 같다.’ 극한의 순간까지 함께 치닫는 맛, 그 맛이 바로 글 쓰는 맛이다. 오르가슴을 맛볼 때처럼 다른 생각 없이 발 앞에 폭탄이 떨어지더라도 꼼짝해서는 안 된다. 작가 나탈리는 오르가슴을 향하여 계속 손을 움직여 글을 쓰라고 말한다.
오늘의 작가는 누구인가. 오늘 글을 쓴 사람이다.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으니 오늘의 작가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이 글이 발표되면…, 언제나 이 글이 끝나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언제나 골목에서 낯선 나그네가 서성이고 있다. 그 나그네를 규방으로 들러 들인다. 글은 이미 나에게 ‘욕파불능(欲罷不能)’이다. 우러러 불수록 더욱 높고 뚫고 들어갈수록 더욱 깊어, 그만두려고 해도 그만둘 수 없는 달콤한 연인이다. 내 안에 그대 '글'있다.
창밖의 석양이 곱다. 나의 시절이 어느덧, 홍시빛깔이다.
《글 쓰며 사는 삶》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 한진영 옮김
* 에세이문학 2011년 겨울호
에세이 북리뷰
류창희
http://rchessay.com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에게 하는 말 (0) | 2017.02.20 |
---|---|
소(韶)음악의 경지 (0) | 2017.02.19 |
꿈꾸던 형벌 (0) | 2017.02.19 |
목계(木鷄) (0) | 2017.02.19 |
산구절초 끽다(喫茶) (0) | 2017.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