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소감
안녕하세요? 류창희입니다.
2001년도 등패를 받던 날,
제가 이 자리에 다시 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미, 수상소감이 책(에세이문학 2010년 봄호)에 나왔는데요.
참으로 민망하고 쑥쑤러운 것은 지난 가을 세미나 때,
2부 순서에서 백댄서를 했거든요.
그때 제 조신한 이미지를 다 실추시켜 버렸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춤이나 추지 말았을 걸을요.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개근상 말고는 타본 적이 없습니다.
생전 처음 이렇게 큰상을 받게 되어
수상소감을 어떻게 써야할 지 몰라 주간 선생님께 여쭤 봤습니다.
‘작가의 문학적인 철학’이 들어가면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어디다 일러바치듯,
아무도 없는 방에서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아서, 글을 썼을 뿐,
주제넘게 제게 무슨 철학 같은 것이 있겠습니까?
꿈인지 생시인지.
문득, 장자가 떠올랐습니다.
올해가 기축년이잖아요.
수상소감에 살도 뼈도 다치게 않게 하면서, 소를 잘 잡는 칼잡이의 경지
‘포정해우’ 같은 글을 닮겠다고 했습니다. 언감생심입니다.
사실 저는 소는 어디 갔던지 하루살이도 잘 못 잡거든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기계신 여러 선생님들, 제 글을 심사해주신 심사위원선생님들(김우종 임헌영 염정임선생님),
이 자리에 오시지는 못했지만 마음을 같이 해주신 유병근선생님과 부산회원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천리길 마다않고 KTX를 타고 함께 오신 우리에세이부산팀
황소지선생님, 김덕남선생님,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모자라는 것 아는데요. 후후
호칭빼고 빠르게 정성화 박영란 윤희아 김은미 김정임 고경숙 정수경 최영옥
그리고 오늘 부산에서 등단패를 받는 박은숙선생님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저는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났는데요.
산골분교에서 국어를 가르쳐주셨던 박상룡선생님,
여학교 때, 가정을 가르쳐주셨던 김국자선생님 이 자리에 함께 하셨고요.
친정어머니 “엄마 어디계세요?”
남동생 류권현이고요.
그리고 남편이 이 자리에 있어서 하는 말인데요.
제 책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셨던 돌아가신 시어머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만약 살아계셨더라면 "내 며느리 상탄다"고 또 얼마나 좋아하셨겠어요.
어줍은 아내 역할 어미노릇에도, 날이면 날마다
‘집밥이 맛있다’며 제 치마폭 주위만 맴도는 남자들 일어나 주세요.
(제 남편이고요) (사진찍고 있는 집의 큰놈입니다)
오늘 아침 직장에서 연가를 받고, 경부고속도로를 논스톱으로 달려왔습니다.
제가 글 쓰는데 절대 방해 안하고 전폭적인 지지만 하겠다고 밥도 혼자 차려먹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 자리를 빌려서 여러선생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차려 경례!
예~ 오늘 새롭게 등단패를 받는 선생님들
그리고 특히 원로 선생님들처럼,
저도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수필에 일부종사하면서, 제 삶과 글을 가꾸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09년 3월 27일
서울 보령제약 빌딩
현대수필문학상 수상식장에서 현장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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