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네 편의점
류창희
‘김씨네 편의점’은 인기 있는 시티콤sitcom이다.
한국에서 이민 간 부부가 운영한다. 매일 매시간 각양각색의 다문화 손님을 맞이하며 출가전인 아들 정과 딸 재닛을 키운다. 이민자들의 애환이 좌충우돌이다. 땅은 캐나다이지만 정서의 실마리는 아직 이민 가던 시기의 한국이다.
“엄마, 낸시 엄마는 언제나 딸에게 칭찬만 해”
부모의 편의점에서 시급 아르바이트를 하는 딸에게 엄마는 눈만 마주치면 잔소리한다. 숙녀다운 말씨, 옷차림, 생활습관을 강요한다. 생김새도 민족성도 언어도 정체성이 헷갈리는 딸은, 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이다. 엄마는 매번 “너 때문에 죽겠다”고 엄살이지만, 아직 둘 다 살아있다.
편의점에 오는 낸시엄마는 우아한 차림새와 상냥한 어조로 교양이 철철 넘친다.
그녀에게 식료품 하나를 팔아도 뭔가 명쾌하지 않다. 어느 날 그녀의 딸 낸시가 소모품을 사고 카트결제를 한다. “낸시, 이 카드 정지 되었어” 그럼, 이 카드로 결제해달라며 내민 카드도 잔고가 없다. 낸시엄마는 딸에게 입에 발린 칭찬을 하지만, 경제만큼은 냉철하다.
한국부모들은 어떤가.
수저를 잡을 때부터 “안 돼!” 소리 지르고, “빨리, 빨리!” 닦달하며, 꼭꼭 찔러 아이들에게 한풀이 하듯 상처를 준다. '해라'체의 말투로 죽여 살려 살벌해도, 있는 돈 없는 돈, 소판 돈 땅 판돈, 허리띠 졸라매고 일해서 번 돈, 대출받은 돈, 노후자금에 연금까지 다 내어준다. 결코, 자식이 내놓으라고 윽박지르지 않았다. 고지서가 없어도 알아서 자진 납부했다. 커피 값, 옷값, 어학연수비용, 해외여행비, 결혼자금, 창업자금을 대주며, “미안해, 부모 잘못 만나서…,” 천륜의 끈으로 죄인처럼 절절맨다.
나라고 별수 있나. 슬하지정膝下之情의 황혼육아로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중이다.
* 《문학도시》 2019-10
* 류창희 : 『매실의 초례청』 논어에세이『빈빈』 『내비아씨의 프로방스』 메타논어 『타타타 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