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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논어> 타타타, 메타

MINI

MINI

- 상인호傷人乎

 

 

 

 

자동차 사고가 난 이야기다.

차가 막혔다. 동아대 쪽에서 나와 영주 터널 쪽으로 가는 중, 태풍 볼라벤이 훑고 간 복구 작업으로 줄지어 서 있다.

터널 안으로 진입하는데, 뭔가 묵직하다. 그렇지 않아도 오래된 터널이라 폭이 좁고 어두워 항상 겁이 나던 곳이다. 하필이면 그곳에서 멈췄다. 저절로 시동이 꺼졌다. 비상등을 켜고 보험증서 돋보기 휴대폰을 찾는데, 가슴은 벌렁벌렁 손이 덜덜 떨린다. 뒤차들이 사정없이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린다. 옆으로 지나가는 운전자들은 나에게 소리 지르며 삿대질까지 한다. 설상가상으로 앞 범퍼에서 불꽃이 튄다. 잠시 후, 다시 시동을 거니 조금씩 움직인다. “끼익~, ! ~겨우 터널을 빠져나오기는 했는데, 눈앞이 온통 뿌옇다. 공포와 긴장으로 내뱉은 입김인 줄 알았는데, 차 안이 온통 연기다.

 

 

마구간에 불이 나서 탔다. 공자께서 퇴청하여 “사람이 상했느냐?” 하시고 말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셨다.

廏焚커늘 子退朝曰 傷人乎아ᄒᆞ시고 不問馬ᄒᆞ시다 - 鄕黨

 

 

나는 내 차가 소중하다.

십 수 년을 오로지 나를 위해 네 바퀴가 굴러주었다. 요일마다 마티즈 자동차는 내가 부리는 대로 몇 개의 구를 돌며 일했다. 이즈음에 투정을 몇 번 부렸으나 매번 급한 불만 껐다. 차의 세부기능을 모르니 목적지를 향하여 앞으로 가는 것만 알았다. 여기저기 성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날은 에어컨 압축기가 나갔다고 한다. 그동안 애쓴 공로를 불꽃으로 표출하는 것을 보니, 몹시 서운했던 모양이다.

 

나는 사고 이야기에 기계음 소리와 사고 상황을 모노드라마 연출하듯 리얼하게 재연하는데 듣고 있던 아들놈이

 

엄마, 무슨 색깔로 하실래요?”

얘는?”

뭐라 한다.

엄마, 누가 가장 겁나요?”

으음, 남들이

남들이 엄마 차 기름 넣어 주나요?”

옆에서 듣던 남편도 차를 수리하면 아직 한참 더 타도된다.”며 펄쩍 뛴다.

엄마, 엄마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사실 것 같아요?”

글쎄, 아마 차 한두 대 더 뽑을 정도는

그러니까 지금 좋은 차 타세요.

며느리가 생글생글 웃으며

어머니, 빨간색이 가장 예뻐요

얘들은! 내가 일하러 다니지, 피크닉 다니니

그러니까요, 엄마는 이제부터 피크닉 다니듯이 사세요.”

엄마, 아빠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아빠는 평생 엄마에게 좋은 차 못 사줘요.”

그로부터 몇 주 후, 2012101일 볕 좋은 날 아침이었다.

엄마, 잠깐 내려와 보세요.

파란 물빛 MINI 자동차 앞에 영국 황실 앞의 근위병들처럼 서 있다.

엄마, 누가 묻거들랑, 아빠가 사줬다고 하세요.

그걸, 누가 믿겠니?”

그럼, 엄마가 돈 벌어서 샀다고 하세요.

내가 그동안 내 손으로 자동차를 살만큼 돈을 벌어 놓았을까.

 

후기 : “얘들아, 너희들 돈 모아서 어서 집 사야지

엄마, 엄마가 세상을 잘 모르시는데요. 요즘 집값이 한두 푼 하는 줄 아세요?”

집은 나중에 사도된다며, 자신의 월급으로는 10년 안에 우리나라에서 집은 사지 못할 거라 한다.

그런데 십 년 후에 엄마는 자동차 타고 매일 출근할 곳도 없을거라며, 지금 누군가 불러 주면 무조건 예쁜 차타고 날마다 나다니시란다. 차는 소모품이니 절대 아까워하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한다. 춘추전국시대, 사람의 안위安危만을 소중하게 여기던 공자님의 후예가 틀림없다.

 

나는 요즘, 날마다 피크닉 나가듯 차를 몰고 가볍게 일하러 다닌다.

내가 강의하는 곳이 하필이면 모두 공공 기관이라 들어설 때마다 눈치를 살핀다. 내가 전하는 이야기에 비해 ‘MINI’ 자동차 이름이 크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아들의 마음을 자동차에 실어 당당해지고 싶다.

 

 

* 류창희  : 메타논어, 타타타 메타.  내비아씨의 프로방스.  논어에세이 빈빈.  매실의 초례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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