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궁(鞠躬)
<논어, 에세이>를 들어가며
국궁(鞠躬)
전화 한 통을 받았다.
M 방송사라 하면서 명사 특강 ‘논어’ 20회분을 맡아달라고 했다.
자신감이 없었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거듭거듭 말했다. 겸손한 태도라고 여겼는지, 수업내용 비디오를 갖고 있어서 다 보고 부탁하는 것이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그 당시 나는 시립도서관 일곱 군데에서 명심보감, 소학, 논어, 등의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회는 늘 오지 않는다. 그 이후로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시간이 지날수록 첫사랑처럼 혼자 그리워한다. 그 당시의 심정을 적어놓은 메모를 발견하는 순간, 논어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보다 조건이 나아진 것은 없다. 그러나 아직도 요일마다 오전 오후로 현장에서 강의하고 있으니, ‘논어를 손에서 놓기 전에’ 집필하리라는 조바심이 생겼다.
공자께서는 학문에 뜻을 두는 나이를 지학(志學, 15세)이라 했다. 《논어》를 강의한 지 어언 18년이다. 그동안, 시민을 대상으로 논어 본문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소리 내어 읽고 있다.
내가 쓰는 논어는 내 가족 내 이웃 내 고장 사람들의 이야기, 이른바 ‘수다 논어’이다. 보잘것없는 한 아낙의 관혼상제(冠婚喪祭), 혹은 사람 사는 이야기가 유학을 연구하는 학자(學者)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공자님을 저버리지 않는 한, 공자님은 절대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을 믿으며 서문을 올린다.
<논어, 에세이> 원고를 탈고하면서, 이제야 본격적으로 논어를 읽을 구실을 찾는다. 마음 놓고 즐기면서 구절구절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
2014년 12월 哉生魄
작은쌈지 도서관에서 柳昌熙 鞠躬
<<논어에세이 빈빈>> 2015
류창희
http://rchess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