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덧 신

류창희 2017. 2. 19. 11:16


 온통 녹색기운이다. 자연은 마음의 준비도 하기 전 어느새 우리를 나른한 봄기운에 취하게 한다. 이미 봄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봄이 찬란하다고 했던가. 꽃눈들이 팝콘을 튀겨내듯 삽시간에 봉우리를 터뜨릴 기세다. 봄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꽃이 피기 때문이 아닐까. 그 꽃 중에 흰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입학하던 내 아이모습만큼 눈부신 봄꽃이 있었던가.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때의 일이다. 책가방 크레파스 스케치북 공책 실내화 신주머니 비옷에 장화까지 새로 샀다. 준비한 용품들 위에 하나하나 아이이름을 썼다. 이만하면 엄마의 역할은 완벽했다. 

 

‘야호! 나도 드디어 학부형이 되었다.’

아이 손을 잡고 수선스럽게 집을 나서는 나에게 어머님은 선물을 하나 주셨다. 비둘기 색 털실로 짠 덧신, 발등에는 산수유꽃을 닮은 노란색 꽃도 몇 송이 달려있었다.

 

덧신이라는 것은 ‘덧’ 자만 봐도 짐작이 가지만 신어도 그만 안 신어도 그만이다. 허기진 배만 채우고 먹고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음 배움의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 앞에서 행여 “똑 똑” 구두소리를 내며 아이보다 앞서가는 며느리의 철없음을 염려하신 마음이다. 

 

그 후, 아이들이 초 중 고등학교를 다 졸업할 때까지 나의 손가방 속에는 늘 덧신이 들어있었다. 아이와 같이 실내화를 신고 아이가 크는 동안 아이 등 뒤에서 나도 같이 크고 있었다.

 

봄이다! 나의 봄은 덧신을 준비해 주신 어머님의 마음으로부터 온다.

 

 

 


류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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