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희 2019. 12. 27. 11:02

위장전입

- 회덕 & 회혜懷德 懷惠

 

 

 

위장僞裝이 도마에 올랐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위장전입한 사람은 쓰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었다. 그러나 고위공직 후보자들은 도마에 오른 올림픽 국가대표 체조선수들처럼 고난이도의 스릴을 보여줬다. 지금 그분들이 모두 현직에 있는 것으로 보아 위장전입은 오히려 통과의례의 스펙처럼 보인다.

 

내가 교과서를 보고 성장하던 시절에는 여자 선생님도 귀했다.

내 아이들을 키울 때만 해도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넛지의 응원가를 불렀다. 요즘아이들에게 아빠한테 이른다.”는 엄포는 플라스틱 장난감 총만도 못하다. “엄마가 보고 있다는 것이 핵무기다.

 

남편들은 직장에서 생활비를 벌고 아내들은 밥상머리에서 가정교육을 담당했다.

남자가 매달 생활비를 버는 동안, 여자들은 곗돈을 부어 사글세에서 전세로 집장만까지 가정경제의 주역이 되었다. 집에서 쓸 가전제품만 골랐을까. 학군과 과외선생 입시학원 대학은 물론 어학연수와 자녀들 배우자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남자들은 주택마련 대출금과 학자금 대출금의 빚만 갚아주면 된다. 시선이 집밖으로 나온 여자들은 우유와 야쿠르트 배달을 시작으로 학습지 보험 떴다방’ ‘뚜 마담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다. 자식을 위해서 고소영’ ‘강부자’ ‘서경덕라인을 타고 다닌다.

 

장관후보자가 자녀를 특정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주교좌성당 사택을 사수했다.

다른 장관 후보도 딸을 명문여고 이사장 사택으로 위장전입을 했었다. 정서적으로 보자면 맹모삼천지교의 모성애다. 그 중 한 분은 전입당시는 덕수궁 옆의 초등학교가 그토록 인기학교가 아니었다고 말문을 막는다. 문제의 초등학교 출신들이 법조계 세력이 된지 오래다.

 

어느 분이 경남 창원에서 셋째아이를 출산했더니 매달 육아지원금이 나왔다.

남편이 부산으로 발령이 나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는데, 부산은 지원금이 없다. 이사 오면서 큰 아들만 주소를 옮겨놓고 지원금을 챙길 요량을 했다. 그 댁 중학생이 된 아들이 엄마, 저는 이다음에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머니가 바르게 사셨으면 좋겠다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내 남편도 한옥 짓는 일을 배우고 싶어 여러 군데 알아보다가, 전액 무료인 고장을 찾아갔다.

지역시민에게만 제공하는 프로젝트니 주소지를 옮기면 수업료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하여 꿈을 접었다.

 

몇 해 전 어느 도서관에서 수업할 때다.

구립이라 지역의 관리를 받고 있는 곳이다. 4~5년쯤 되었을 무렵, 높은 분이 은근히 압력을 가했다. 그 당시 나는 남구에 살고 있었는데, 해당구로 주소를 옮겨 서류를 제출하란다. ‘내가 왜?’ 눈치 없이 버텼더니 강좌가 폐강되었다.

 

공자 가라사대 “군자는 덕을 그리워하고 소인은 땅을 그리워한다. 군자는 법을 생각하고 소인은 혜택만을 생각한다.”

子日 君子는 懷德ᄒᆞ고 小人ᄋᆞᆫ 懷土ᄒᆞ며 君子ᄂᆞᆫ 懷刑ᄒᆞ고 小人ᄋᆞᆫ 懷惠니라 - 里人

 

이익을 위해서라면 위장전입뿐일까.

국적도 바꾼다. 꼭 정치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일까?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서 저질러지는 일이다. 군자와 소인의 취향이 같지 않음은 공과 사의 간격이다. 공사다망公私多忙이라 했던가. 바쁘기만 한가. 선과 악의 잣대가 양심에 공정하지 않으면 다 망한다. 현 정부에서 법과 질서를 잡겠다고 하니, 나라 일은 정치에 입문한 박사 판사 검사 변호사 자 출신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들은 부동산 대책을 어려운 법률용어로 국민은 세금이나 잘 내라고 종용한다. 지금 내 주머니에 두 끼 밥값정도의 여유가 있는가? 있다면 옆에 앉은 학우에게 오늘 , !’라는 자로 문장을 마무리 했다.

 

가을학기 종강 날, 매주 무거운 옥편까지 넣어 오시는 분이 질문이 있다며 남았다.

행색이 초췌하고 몸은 대꼬챙이처럼 깡마른 굴원의 삼려대부 같은 분이다. 귀가 어두운지 말할 때마다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말을 할 듯 말 듯 머뭇거리다가 지난 주, 선생님 말씀에집으로 가는 길에 주민 센터에 가서 자신의 등본을 떼어보니, 25번이나 주소를 옮겼다며, 다 먹고 사느라고 일거리를 찾아다녔다. 마침 집 가까운 곳에서 인문학강좌가 있어 등록을 했다는 사연이 절절하다.

 

사실, 나는 이 지역 사람이 아닙니다.”

길하나 사이에서 구가 갈리는 곳이라 괜찮겠거니 여겼고, 담당자도 주민증 검사를 하지 않더라고. 그런데 선생님께서 군자와 소인으로 편 갈라말씀하시니, “이익을 좇은 것이 여간 찔리는 게 아니라며 표정이 진지하다. 나는 평소처럼 장난기를 섞어 그럼, 청문회에 출두하시라는 농담은 차마 못하고, 어물쩍 괜찮아요.”라고 했다. 그분이 나가고, 탁자 위에 강의 자료를 챙기는데 무엇을 잊은 듯 다시 오셨다. 머리를 갸우뚱하며 정말, 괜찮겠습니까?” 반문한다.

 

저도 다른 구에서 강의하러 왔으니공범이라고 말하는데, 눈앞이 뿌옇게 물안개다.

 하마터면 따뜻한 돼지국밥 한 그릇하러가자고,위장胃腸전입을 권할 뻔 했다.

 

 

 

* 류창희 : 메타논어, 타타타 메타.  논어에세이 빈빈.  내비아씨의 프로방스.  매실의 초례청.